각오는 하고 들어갔지만, 과연 마이클 베이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.
영화 중반쯤에 벌써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. 영화가 끝나고 거리로 나왔을 때에는 무릎 밑으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붕 뜬 것 같은 것이 우화등선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. 얼어버린 나와 달리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나온 동업자는 연신 키득거렸지만 영화에 대한 감상은 나와 비슷했다.
생사람의 목을 톱으로 자르는 스너프 필름을 보고 나서도 아무렇지 않았는데, 이 영화의 유치함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비범위를 넘어섰다. 아무래도 노린 거겠지. 그리고 성공했다.
원작만화를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뭐라하긴 그렇지만, 변신로봇물이 진지한 스토리라인과 대사발로 치장했다면 그게 더 코미디였겠지.
한마디로 작정하고 유치했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에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. 수백 명의 다른 관객들과 함께 객석에서 몸을 배배꼬이게 만드는 그 유치함을 견디는 것은 다짜고짜 심장에 쇼크를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포영화를 감상하는 이상으로 즐거웠다. 그리고 마이클 베이 답게 정말 시원하게 때려 부수기도 하니 나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.
마이클 베이는 색다른 장르를 개척한 것 같다. 영화시작부터 끝까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.
‘이래도? 이래도? 이래도 얼굴 붉히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?’
비꼬는 말이 아니라. 진실을 얘기하는 거다.
오랜만에 유쾌한 영화감상이었다.